질문자님께서는 최근 이유를 알 수 없는 무기력함과 우울감 때문에 힘든 마음을 느끼시는 것 같네요. 삶의 이유와 방향, 의미, 의욕 모두를 잃어버린 느낌과 함께 공허함이 질문자님을 압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또 그런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도 않고, 이유도 모르겠으니 해결 방법도 모르겠고.. 질문자님이 얼마나 답답할지 글만 보고도 전해져 마음이 아픕니다.
매사 의욕적이었고, 완벽주의자 스타일로 숨돌림 틈없이 바쁘게 살다가 어느달 갑자기 찾아온 우울, 무기력을 경험하셨다고 했는데, 그 말에 비추어 추측해 보자면 소진(burnout) 이 찾아온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소진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이 고갈되어 탈진한 상태로, 쉼 없이 자신을 몰아붙이고 힘을 다한 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배터리가 다 닳은 듯한 상태를 말합니다.
질문자님은 매우 열정적이고 책임감이 강해 누구보다 열심히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일까지도 돕던 사람이었지 않았을까. 나의 사정보다는 이타적인 마음으로 주변을 더 배려하고, 때로는 자신을 희생하면서.. 그러다 보니 정작 가장 중요한 자신을 돌볼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나만을 위한 결정,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를 위한 선택, 나에 하는 인정과 위로 이런 것들이 채워지지 않은 채 나를 소모만 하다보면 ‘텅 비어버린 나’만 남는 건 당연하겠죠.
몇 년 전 TV 속 광고에서 나온 ‘열심히 일 한 당신 떠나라’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열심히 살아온 질문자님께 휴식과 충전이 필요하다고 싸인을 보낸 건 아닐까요? 누구에게나 이런 시기는 찾아올 수 있어요. 조급하게 마음 먹기 보다는 그동안 수고한 자신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 위로를 해주시면서 잠시 쉬어가도 좋을 것 같아요. 다만, 이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만성 우울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이나 미래 목표설정을 위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행동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실천해 보는 방법도 좋아요. 지금 현재는 무기력이 압도 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거창한 무언가를 계획하기 보다 산책하기, 나를 위한 요리 한 번 해먹기 등 사소하지만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은 계획들을 정해서 하나씩 해보다 보면 다시 한 번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와 동기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무언가 힘을 드리고 싶은 말을 적고 싶었지만 글 만으로는 질문자님의 고민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