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모님의 자녀에 대해서 걱정하는 마음이 많으시죠. 아흔이 넘은 노모가 일흔이 넘은 아들에게 “차조심해라, 옷이 그게 뭐냐 더 따뜻하게 챙겨입어라” 하신다잖아요. 자녀가 몇 살이 건 상관없이 부모의 걱정은 끝이 없는 거 같아요. 고3 졸업을 하고 갑자기 어른인 양 행동하는 아들에게 ‘외박을 하지 마라, 술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씀하는 건 당연한 걱정인 거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마시면 집을 나가라. 죽을 줄 알아라’고 위협적인 말씀까지 하신 것에 대해서 사실 과도한 술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라면 질문자님이 이해하기 어려우신 점 크게 공감이 됩니다. 질문자님 말씀처럼 부모님 몰래 숨어서 술을 마시는 것 역시 아니라고 생각되어요. 질문자님의 부모님은 아직 아들을 독립 시키실 준비가 안되신 거 같아요.
유아기를 거쳐 청소년기에 이르기 까지 우리는 성장과정 중에 끊임없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엄마가 젖 물리고 떠먹여 주던 시기를 지나서 혼자서 밥을 먹고, 엄마와 떨어져 유치원에 가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지는 등 작은 것에서부터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기까지 자립을 할 수 있도록 성장합니다. 고3을 졸업하기 전까지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들로 성장하신 거 같아요. 너무 오랫동안 부모님이 만든 틀 안에서 착한 아들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부모님 역시 질문자님의 자유보장에 대한 요구가 당황스러우실 거 같아요. 고등학교 졸업하더니 ‘애가 바뀌었다. 내 아들은 원래 저렇지 않았는데…’ 받아들이기 힘드시기 때문에 ‘집나가라’라는 무기를 쓸 만큼 더 강하게 질문자님의 행동에 반응하시는 것 같아요.
부모님의 20년 넘게 가져온 자녀교육의 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여요. 왜 그렇게 부모님께서 질문자님이 술을 마시는 것을 싫어하는지 깊은 대화를 진지하게 해보길 권해드려요. 술 마시는 것 말고 또 질문자님에게 더 요구하는 것들은 무엇인지도요. 부모님도 질문자님을 성인으로 인정하고 정서적 독립을 받아들이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질문자님 역시 생리적, 사회적 나이는 성인이 되었지만,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정서적 나이가 성인이 되는 연습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마음에 쓰이는 것은 우울증에 자주 시달렸다고 하시고, 너무나 가볍게 넘겨버린 건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그 느낌이나 정도가 어땠는지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시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당장 불편하지는 않지만, 자립하여 혼자 살아가는 과정에 언제 나의 발목을 잡아 넘어질지 모르니 예방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