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곳
손영철 소장 칼럼지옥같은 우리집 시집가면 안볼텐테.... 과연 그럴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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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IP: *.41.191.71) | 작성일 | 2018-02-01 23:18 | 조회수 | 812 |
20대 중반 애띤 여성의 첫 마디는 "지옥같은 우리 집 시집가면 안볼텐데..."였다.
얘긴 즉슨, 어릴 때 아버지의 가정폭력이 너무 심해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부모님이 싸우는 와중에 겁에 질려 밥을 먹고 있는데 고함소리와 함께 밥상이 뒤집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엄마는 아빠의 폭력 앞에서 무력했고 자식들의 방패막이가 되지 못했다.
세월이 훌쩍 지나 아빠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인지 폭력은 없어졌으나 함께 있으면 어색하고 서먹서먹하기만 하다. 집안 살림도 넉넉해졌고 용돈도 부족함없이 주지만 아빠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아빠에게 여자가 생겼다. 엄마는 모르고 있는 건지,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빠의 불륜녀는 거래처 직원으로 엄마와도 자주 만나는데, 천연덕스럽게 아무 일도 없는 척 너스레를 떤다. 아빠는 내가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을 모르는 줄 안다. 나는 다 알고 있는데 가족들 앞에서 점잖은 척 하는 아빠를 바라보기 너무 힘들다. 아빠가 요즘 뭐하고 다니는 줄 모르는 엄마가 너무 불쌍하다. 엄마에게 이 사실을 말해줄 수 없다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아빠는 적반하장, 요즘 이 여성에게 너무 적대적이다. 집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로 간섭이 심하다. 가끔 언어폭력까지 일삼는다. 그러나 아빠 앞에 서면 말한마디 못하고 얼어붙는다. 이분의 주요 방어기제는 회피, 퇴행, 수동공격으로 나왔다.
퇴행은 갈등이나 좌절상황에서 미성숙한 적응행동을 취하는 것이고, 무기력해지고 공상에 탐닉, 의존적으로 매달리거나 적극적 해결방법 포기하는 것이다. 회피 역시 갈등이나 문제상황을 무조건 도피하고자 하는 동기가 강하고, 문제해결을 체념하는 행동방식을 나타낸다. 이는 갈등 직면과 문제 해결에 따른 불안은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해결이 방치되고 누적되고, 이로 인하여 문제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자신감이 상실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수동공격은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적인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수동적 저항으로 표현함으로써 공격적인 감정을 처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동으로는 실수, 꾸물거리는 행동, 저항적인 묵묵부답이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은 어느 시기까지는 개인 자신보다 상대방에게 자극을 주게 되지만, 나중에는 개인 자신에게 해롭고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 여성에게 상담자가 특별한 처방을 권유했다. 이런 환경이 역겹고 보기 싫어서 시집가는 것은 문제해결책이 아니다. 눈에 안보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불쌍한 엄마가 계속 눈에 밟힐 것이고, 아빠가 더욱 증오스러울 것이다.
부딪히라고 했다. 방법은 이렇다. 아빠가 위협적인 언어폭력을 할 때 이렇게 말해야 한다.
"아빠! 저에게 그런 심한 말씀을 하시다니... 제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히는 걸 아시는지요? 아빠가 저에게 부족함 없이 용돈도 주시고, 보살펴주시는 건 너무 감사하지만, 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아빠를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오지 않는 것은 왜 그럴까요? 아빠는 왜 가정에서 엄마와 저를 그렇게 위협적으로 겁을 주시는건가요? 우릴 공포로 몰고가서 꼼짝 못하는 걸 보면 아빠는 통쾌한 감정을 느끼기라도 하시는 건가요? 우리를 물리적으로는 제압할 수 있을지모르겠지만 엄마와 나의 영혼은 병들어가고 있다는 걸 아시면 좋겠어요. 아빠가 언제까지 젊고 힘이 있을 줄 아시겠지만, 나이들고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고, 언젠가 우리 도움이 필요한 날이 오겠지요.. 그때 우리가 아빠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게 될지 생각해주시면 좋겠읍니다."
이런 말이 처음부터 안나올 수 있다. 몸과 입이 얼어붙어서 아무 말도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빠! 라고 크게 부르고 울어버려라. 아빠는 저를 이렇게 공포 앞에서 말도 못하고 얼어버리는 딸을 만들어버렸군요. 아빠가 너무 미워요. 이렇게 라도 말해라. 우는 딸을 보고 마음의 움직임이 없다면 심각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데 바뀌지 않을 아빠가 있겠는가?
이 여성도,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렇게 해봐야겠다고 한다. 변화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용기가 필요하고 도전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잘 되는게 있겠는가? 이 가정이 지금까지 위장된 평화, 굴복을 강요당하는 가정이었다면 앞으로 식구들이 모두 서로에게 당당하고 떳떳한 가정이 되기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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