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상담클리닉

  태국 치앙라이 탐루엉 동굴에 최장 17일간 갇혀 있다가 구출된 유소년 축구팀 소년들이 열흘간 실종 상태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땅을 파 전원 무사히 구출될 수 있었던 사연이 세간에 큰 화제였다. 태국 치앙라이 매사이의 '무 빠' 축구클럽에 소속된 선수들과 코치는 지난달 23일 선수 가운데 한 명의 생일파티를 위해 탐루엉 동굴에 들어갔다. 폭우로 동굴내 수로 물이 불어나면서 밖으로 나오지 못한 이들은 실종 열흘째 되던 날 영국 잠수전문가들에 의해 생존이 확인됐다. 당국은 외국 동굴탐사 및 구조 전문가들을 초청해 사흘간 동굴 안에 있던 13명 전원을 안전하게 구출했다. .

  동굴에서 아이들을 돌본 것으로 알려진 엑까뽄 찬따웡(25) 코치의 희생과 지도력은 대단했다. 엑까뽄 코치는 아이들이 충분히 식사할 때까지 기다린 뒤 자신의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선한 마음과 진정한 희생정신을 가진 사람이었다. 엑까뽄 코치는 동굴 안에 있는 어떤 것도 밖으로 가지고 나가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고, 아이들은 코치의 지시를 잘 따랐다.

생존 확인 후 동굴로 들어가 아이들을 돌본 태국 군의관 팍 로한스훈은 고립 당시 생존자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매일 땅을 팠다고 한다. 가장 깊은 구덩이는 깊이가 5ｍ나 됐다고 한다. 그런 위기 상황에서도 순수함과 긍정적인 생각, 강인한 의지를 유지한 소년들은 전세계인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동굴에 조난됐다가 대규모 인원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전원 구출된 것은 첫 번째 사례라고 한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전원이, 그리고 아무도 다치지 않고 구조됐다는 게 기적이다. 어린이들이 패닉상태에 빠지지 않고 수십 일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코치는 어린이들에게 구멍을 파거나 물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마음챙김’을 시켰다고 한다. ‘마음챙김’은 ‘순수한 주의(bare attention)’라고도 부르는 특수한 방식의 주의로서 대상에 생각과 욕구를 개입하지 않고 주의를 주는 것이다. 심리학적 용어를 사용한다면 ‘인지와 동기’를 개입하지 않고 주의하는 것이다. 이런 주의는 ‘단지 바라보기’, 혹은 ‘비판단적으로 바라보기’라고 표현되기도 하며, 전통적으로 불가에서는 ‘분별심을 내지 마라’는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생각과 욕구 없음’ 혹은 ‘인지와 동기를 내려놓음’이라는 것은 말은 쉬워도 실제로 그 상태를 이해하거나 느끼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동굴에 맞닥뜨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삶에서 한치도 안보이는 어둠 속에 있는 절망을 맛볼 때가 있다. 저마다 자신만의 동굴이 존재한다. 동굴 속 어린이들을 이끌었던 코치가 있듯이 우리 마음속에도 코치가 필요하다. ‘마음챙김’을 통해 ‘지금 여기’를 인식하게 되면, 어둠에 익숙해지듯이 조금씩 시야가 넓어질 수 있다. 동굴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실제로는 한걸음만 내딛으면 통과할 수 있는 터널에 불과할 수도 있다. 내 마음속 어두운 동굴에 갇혀있을지, 터널을 벗어날 수 있을지는 각자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 불안하다. 무질서하고 모호하고 혼란스럽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고 그래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끊입없이 의식적인 관찰을 한다. 관찰한 결과 어떤 현상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맥락을 찾고 그 상황이 이해가 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믿음이 갈 때 우리는 비로소 안정감을 갖게 되고 가치와 의미를 찾게 된다. 상담실을 찾아오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불안하고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의식적인 관찰을 하지만 불안하기 때문에 사물을 보는 각도가 왜곡되어 어떤 현상을 발견해도 그 맥락을 찾지 못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포기하게 된다. 따라서 불안이 증폭되고 통제불능감에 빠지게 된다. 그 결과 아무런 의미나 가치를 찾지 못하고 자포자기적인 태도를 갖게 되기 일쑤다. 상담은 이런 어려움에 빠진 고객으로 하여금, 상황을 보는 각도에 초점을 맞추고 왜곡된 관점을 수정하고 재해석하여 현상 속에서 통제 가능한 방법을 도출하게 도와드리는 활동이다. 그 결과 고객이 더 이상 포기하지 않고 통제가능한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도와준다. 따라서 귀중한 시간에 비싼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포기했던 삶 속에서 희망을 찾게 되고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되니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경험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동굴 속에 있다고 생각될 때 코치의 도움을 받게 되면 희망을 찾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