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행복함에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는 것, 원인
-심평원에 따르면 환자 수, 3월부터 늘어 5월에 정점
-노인, 소화불량 등에도 이상이 없다면 의심해 봐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서울 지역 모 사립대를 나온 신모(27ㆍ여) 씨는 3년째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면서 학자금 대출 이자라도 갚자는 생각에 올 초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어버이날도 지난해처럼 부모에게 선물 대신 카네이션만 건넸다. 결국 극심한 우울 증세에 빠져 얼마 전부터 우울증약을 먹고 있다. 신 씨는 “취업한 친구들은 부모에게 효도 여행 선물도 하고, 맛집도 함께 가고 하더라”며 “이런 평범한 일도 내게는 꿈만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누구나 행복해야 할 시기지만, 오히려 우울증 환자가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로 우울증으로 진료 받은 환자 수는 2월에는 25만665명이었다가, 3월에 26만3797명으로 치솟아 5월에는 26만5111명에 이르렀다. 3월부터 환자가 증가. 5월에 정점을 찍는 양상이었다.
신 씨의 사례처럼 많은 사람이 느끼는 행복함과 반비례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인의 대표적 질환 중 하나인 우울증에 영향을 끼치며, 심지어는 자살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고 불릴 만큼 흔한 질환인 동시에 지속성이 매우 높다. 우울증은 우울감, 의욕 저하 외에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무가치감, 불안 등 여러 증상을 동반한다. 이로 인해 직장, 학교 등 일상에서 역할 수행을 방해하기도 한다. ▶우울증, 만성 질환자가 더 쉽게 걸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의 환자 증가율은 1위였다. 암 환자보다 비율이 높았다. 과거에는 조현병(정신분열병)이나 조울증과 같은 중증 정신 질환자가 주로 병원을 찾았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등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질환으로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누구나 우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질환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치료에 대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만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신체의 불편함으로 생활 유지에 어려움을 겪거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 우울증이 쉽게 발견된다. 만성 질환이 만성 우울증을 부르는 격이다.
이에 대해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오랜 기간 동안 고통이 지속되는 만성 질환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만성 질환자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좌절과 시련의 감정을 느끼며 우울함을 쉽게 느끼는 환경적 요인에 처해 있다”며 “단순히 기분이 우울해지는 현상을 넘어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탓으로 돌리거나 앞으로 계속 일이 잘 해결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가정의 달에는 말년에 곤궁한 처지에 놓인 노인에게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노인은 우울증을 나이가 들어 생기는 변화로 생각하고 방치할때가 많다. 감정 표현도 적어 ‘우울하다’, ‘슬프다’ 등의 이야기대신 수면장애나 신체 증상에 대한 호소를 더 많이 한다. 가슴 답답함, 소화불량, 두통 등으로 여러 병원을 다니며 검사도 받았는데 심각한 이상이 없거나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할 때 우울증이 동반됐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박종일 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노인에게 우울증이 발병하면 갑작스럽게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치매로 오인되는 사례도 있다”며 “치매와 달리 우울증은 치료 효과가 양호하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우울증 치료 첫 단계, 자신이 먼저 인정하는 것 =사람들은 종종 우울증과 일시적 우울감을 혼돈한다. ‘설마’라는 생각에 우울증을 부정하기도 하고, 병원 방문에도 큰 부담감을 느낀다. 우울증 치료의 첫 단계는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백 교수는 “본인 스스로 우울증임을 인식하고, 주변의 도움을 구해 사소한 것부터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사회에는 우울증 환자를 ‘의지가 약한 사람’, 정신적으로 나약한 사람‘ 등으로 각인시키는 부정적 시각이 있기 때문에 아픈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취급되기도 한다”며 “한국인에게 우울증 치료의 첫 단계는 이러한 편견의 장벽을 넘는 것부터다”고 덧붙였다.
만약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우울감이 지속된다고 느낀다면,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방법(수면, 운동, 대화 등)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경증 우울증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증등도 이상의 우울증의 치료를 위해서는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하다.
모든 질환 치료의 기본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우울증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의료진은 환자와 지속적 면담을 통해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경청과 공감을 통해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한다. 실제로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2개월이면 환자 중 70~80%는 호전이 가능하다.
백 교수는 “우울증 치료를 할 때 환자와 가족과 의료진은 언젠가는 반드시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특히 가족과 의료진은 (환자가)다르더라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환자 스스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헤럴드경제 신상윤기자/ 2018.05,23 / ken@heraldcorp.com |